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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밀집장소추행

만원 지하철 신체접촉, 부주의는 처벌되지 않지만 알고도 그대로 두면 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과실 추행 처벌 규정이 없는 이유

만원 지하철에서 접촉 사실을 모른 채 부주의로 닿은 경우는 과실이어서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닿는 것을 알아챈 뒤에도 자세를 바꾸지 않고 그 상태를 받아들였다면 미필적 고의로 평가되어 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에는 과실로 추행한 경우를 처벌한다는 문구가 없습니다. 형법 제13조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형법 제14조는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한 행위를 다룹니다. 그 결과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는 내용입니다. 세 조문의 현행 문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령명으로 검색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주의와 미필적 고의를 가르는 두 기준

신체접촉 사건에서 행위자의 내심은 법적으로 네 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칸은 우연한 접촉입니다. 급정거나 승객의 밀림처럼 행위자가 통제할 수 없는 힘 때문에 닿은 경우입니다. 둘째 칸은 과실입니다. 접촉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닿을 가능성을 알았더라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인식 있는 과실)입니다. 셋째 칸은 미필적 고의입니다. 판례가 일반적으로 쓰는 설명에 따르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불확실하게나마 인식하면서 그 결과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입니다. 넷째 칸은 확정적 고의로, 추행이 된다는 것을 알고 의도한 경우입니다.

이 가운데 첫째와 둘째 칸은 앞서 본 형법 제13조와 제14조에 따라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성립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셋째와 넷째 칸은 모두 고의에 포함되므로 제11조의 다른 요건이 갖추어지면 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 다툼이 집중되는 곳은 둘째 칸과 셋째 칸의 경계이며, 그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접촉 사실이나 그 가능성을 인식했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인식한 뒤 그 상태를 받아들였는지 여부입니다. 가능성을 알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과실에 머뭅니다. 일상어로 「조심하지 못했다」고 말하더라도, 접촉을 알고 있었고 그대로 두었다면 법적 평가는 과실이 아니라 미필적 고의 쪽으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인식의 대상도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식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 사실이며, 판례는 강제추행 사건 등에서 성욕을 자극하거나 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의도는 없었다」는 설명만으로는 고의가 부정되지 않으며, 접촉 사실과 그 성격을 알았는지가 판단의 중심이 됩니다.

과실로 평가될 때와 미필적 고의로 평가될 때의 결론

접촉이 우연이나 과실로 평가되면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같은 법에 과실로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별도 조문도 없으므로, 과실이라는 평가는 곧 이 죄의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이 경우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결정으로 끝나거나, 송치된 뒤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마칠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에 관한 안내는 대검찰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확정적 고의와 같은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고의의 정도는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참작될 수 있으나, 죄의 성립 여부에서는 차이를 만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노린 것은 아니었다」는 사정은 양형 단계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뿐, 그것만으로 무죄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증명의 부담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합니다. 고의는 마음속 사정이므로 피의자가 부인하면 접촉 당시의 객관적 정황, 곧 간접사실을 모아 판단하게 됩니다.

과실 쪽 정황과 고의 쪽 정황

한 정황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고, 여러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아래 대비는 같은 접촉이 어느 쪽 정황으로 읽힐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 접촉 시점: 과실 쪽은 급정거, 출발, 승하차 때의 밀림과 겹친 경우입니다. 고의 쪽은 차량이 안정적으로 달리는 중에 생긴 접촉입니다.
  • 접촉 형태: 과실 쪽은 손등, 팔꿈치, 가방 모서리가 평소 자세에서 스친 경우입니다. 고의 쪽은 손바닥으로 감싸거나 쥐거나 문지르는 동작입니다.
  • 지속과 반복: 과실 쪽은 한 번 닿고 곧바로 떨어진 경우입니다. 고의 쪽은 떨어졌다가 다시 닿거나 여러 차례 이어진 경우입니다.
  • 주변 공간: 과실 쪽은 움직일 여지가 전혀 없던 경우입니다. 고의 쪽은 주변에 공간이 있었는데도 자세를 유지한 경우입니다.
  • 피해자 반응 이후의 행동: 과실 쪽은 피해자가 몸을 돌리거나 자리를 옮기자 거리를 둔 경우입니다. 고의 쪽은 피해자가 옮긴 쪽으로 다시 다가간 경우입니다.
  • 접촉 부위: 팔이나 어깨처럼 혼잡 속에서 흔히 닿는 부위인지, 성적 의미가 큰 부위에 접촉이 집중되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가상의 두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급정거 때 손등이 옆 승객에게 한 번 스치고 곧 떨어졌다면 과실이나 우연 쪽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자리를 옮긴 뒤 다시 다가가 손이 닿았다면 고의 쪽 정황으로 강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첫째, 혼잡 자체는 고의를 부정하는 사유가 아닙니다. 혼잡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접촉했다면 오히려 이 조문이 겨냥하는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둘째, 처음 접촉이 우연이었더라도 그 사실을 알아챈 뒤 상태를 유지했다면, 그 이후 부분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유지된 접촉이 부위, 형태, 시간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합니다.

조사를 앞둔 분은 「부주의했다」 같은 평가어보다 다음 사실을 정리해 두면 정확한 설명에 도움이 됩니다.

  • 접촉을 알아챈 시점
  • 알아챈 뒤 한 행동
  • 당시 주변 공간의 여유
  • 급정거, 출발, 승하차 같은 차량 상황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습니다. 휴대전화의 메시지나 기록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보존합니다. 신고를 고민하는 분도 같은 항목을 기준으로 기억을 정리하면 진술의 구체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관련 조문

  • 형법 제8조: 형법 총칙이 다른 법령에서 형벌을 정한 죄에도 적용된다는 조문입니다. 이 조문을 통해 제13조와 제14조가 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도 적용됩니다.
  • 형법 제13조(고의), 제14조(과실)
  • 성폭력처벌법 제11조: 공중밀집장소추행의 구성요건과 법정형을 정합니다.
  • 형법 제298조: 접촉에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되었다고 평가되면 공중밀집장소추행이 아니라 강제추행으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07조: 범죄사실은 증거로 인정해야 하며,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기준을 정합니다.

이 죄에서 부주의로 닿은 경우는 과실로서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접촉 가능성이나 접촉 사실을 알고도 그 상태를 받아들였다면, 과실이 아니라 미필적 고의의 문제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조사를 앞두었다면 접촉을 알아챈 시점과 그 뒤의 행동을 먼저 정리해 변호인과 검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