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도 제출자가 될 수 있는 조건
피해자나 가족이 낸 가해자의 휴대전화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의자의 기기를 제3자가 낸 경우, 증거로 쓰이는 범위는 원칙적으로 제출 계기가 된 촬영 범행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정보로 한정됩니다. 수사기관이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에게 탐색 참여 기회를 주지 않거나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불법촬영 피해를 알게 된 사람이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직접 들고 수사기관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함께 사는 배우자나 가족이 집에 남아 있던 기기를 수사기관에 건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제출자는 자신이 낸 기기 안의 자료가 어디까지 증거로 쓰이는지, 어떤 절차 때문에 증거가 흔들릴 수 있는지를 궁금해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나 그 밖의 사람이 남겨 둔 물건, 그리고 소유자·소지자·보관자가 스스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은 제출자를 피의자 본인으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해자나 가족처럼 피의자가 아닌 사람도 그 기기의 소지자나 보관자에 해당하면 제출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장 없이 이루어지는 압수인 만큼 제출의 임의성과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재판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조문이 정한 남겨 둔 물건의 압수와 임의제출물의 압수는 서로 다른 유형입니다. 피의자가 현장에 두고 간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이 직접 확보하는 경우와, 피해자나 가족이 그 기기를 손에 넣은 뒤 수사기관에 건네는 경우는 근거와 기록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느 유형으로 처리되었는지는 압수 관련 서류에 기재되므로, 제출자는 자신의 제출이 어떤 근거로 기록되었는지 서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거가 되는 범위: 제출 의사와 관련성
첫째 요건은 제출자의 지위입니다. 제출자는 조문이 정한 소유자·소지자·보관자 가운데 하나여야 하며, 휴대전화의 경우 실제로 누가 기기를 점유하고 관리하고 있었는지가 문제됩니다. 피해자가 현장에서 상대방이 놓고 간 기기를 확보한 경우나 가족이 공동 생활공간에서 보관하던 기기를 낸 경우처럼, 제출자가 기기를 어떤 경위로 갖게 되었는지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 대상이 됩니다. 확보 경위에 따라 제출자 자격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경위를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요건은 임의성입니다. 제출은 수사기관의 강요가 아니라 제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합니다. 판례는 제출의 임의성에 다툼이 있으면 검사가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증명의 정도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하며, 증명하지 못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제3자가 제출하는 경우에도 이 요건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셋째 요건은 제출 범위입니다. 이 기준은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하였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정보저장매체가 임의제출된 경우 압수 대상 전자정보의 범위는 제출자의 의사로 정해집니다. 제출자가 범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면 제출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한정됩니다. 여기서 관련 정보는 다음 세 갈래를 가리킵니다.
- 직접 관련 정보: 혐의사실 자체와 직접 관련된 정보입니다.
- 같은 사실관계의 범행: 혐의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같은 범행과 관련된 정보입니다.
- 간접·정황 증거: 범행의 동기·경위·수단·방법·시간·장소 등을 증명하는 데 쓰일 수 있는 정보입니다.
관련성은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을 때 인정됩니다. 같은 종류의 범행이라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제출 범위를 확인하는 실무적인 방법은 제출서의 기재를 살피는 것입니다. 제출서에 기기만 적혀 있고 대상 정보가 특정되어 있지 않다면, 범위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한정되어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출자가 특정 기간이나 특정 저장 위치 등으로 범위를 밝혔다면 그 의사가 기준이 됩니다. 다만 피의자의 기기를 제3자가 낸 경우에는 이보다 더 좁게 해석됩니다. 이 판결은 소유자가 아닌 소지자·보관자가 낸 경우 범위를 더욱 제한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기기를 낸 경우에는 제출이 적법하더라도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정보만 압수 대상이 됩니다. 제출자가 처분 권한이 없는 정보까지 범위에 넣었다고 해서 그 부분의 압수가 당연히 정당해지지는 않습니다.
피의자 참여 보장과 증거능력
요건을 갖춘 임의제출은 영장 없이도 적법한 압수로서 효력을 가집니다. 그러나 제3자가 피의자의 기기를 제출한 경우에는 효과에 중요한 조건이 붙습니다. 이 판결은 이런 경우 피의자를 실질적 피압수자로 보아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을 교부하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실질적 피압수자인지는 판례가 정한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압수 당시 피의자가 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안의 전자정보 전반에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가졌는지를 봅니다. 그 권한을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는지도 함께 보며, 이는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제3자가 낸 기기라도 피의자가 참여권 보장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으면,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증거로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제3자가 낸 기기의 자료가 재판에서 쓰일 수 있는지는 제출 그 자체보다 이후 수사기관의 처리 절차에 크게 좌우됩니다.
참여 기회가 실제로 주어졌는지는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탐색·복제 일정이 알려졌는지, 통지 후 참여 여부를 스스로 정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통지를 받고도 참여하지 않은 경우와 애초에 통지가 없었던 경우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절차는 수사기관이 지켜야 하는 것이며, 제출자인 피해자나 가족에게는 기기 확보 경위에 관한 추가 진술이 요청될 수 있습니다. 피의자 본인이 제출한 경우와 실제로 갈리는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본인 제출: 범위는 제출자인 피의자의 의사가 기준이 되고, 범위가 불명확하면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한정됩니다. 참여 기회와 목록 교부는 제출자인 피의자 본인에게 보장됩니다.
- 제3자 제출: 제출자가 범위를 넓게 밝혀도 원칙적으로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정보로 더욱 제한됩니다. 참여 기회와 목록 교부는 제출자가 아니라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에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같은 기기 속 별개 영상과 제출 전 정리 사항
예를 들어 피해자가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 특정 날짜에 자신을 촬영한 영상이 있다고 진술한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압수 대상은 원칙적으로 그 촬영 범행과 관련된 전자정보로 한정됩니다. 탐색 도중 다른 사람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별개의 영상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이런 영상도 상습성이나 범행 경향을 보여 주는 간접·정황증거로서 관련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는 시간적 간격, 피해자, 범행 방법 등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로 판단됩니다. 관련성이 없는 정보라면 수사기관은 탐색을 멈추고 법원에서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니다. 같은 기기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료가 제출 범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예로,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안의 특정 사용자 계정이나 저장 공간을 피의자가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며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가져 왔다면, 그 부분에 관해서는 피의자를 실질적 피압수자로 볼 여지가 커지고 참여 보장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간에 저장된 정보라면 제출자의 관리 범위와 겹치는 부분이 넓어집니다.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기기의 실제 사용 실태에 따라 판단됩니다.
피해자가 상대방의 기기가 아니라 자기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시지나 화면 캡처를 제출하는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때 제출자는 자기 기기의 소유자로서 범위를 정하게 되므로, 제3자 제출에서 문제되는 피의자 참여 쟁점은 같은 방식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범위를 특정하지 않으면 사생활 정보가 불필요하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제출 범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의 기기를 제출하려는 피해자나 가족이 미리 정리해 둘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기를 언제, 어디서, 어떤 경위로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 제출의 계기가 된 촬영 일시·장소·피해 내용을 가능한 범위에서 특정합니다.
- 기기를 누가 평소에 사용하고 관리해 왔는지, 공동 사용 여부를 정리합니다.
- 제출서에 기재되는 제출 범위가 자신의 의사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 기기의 화면 잠금 해제나 비밀번호 제공 요청이 있으면 그 범위를 확인합니다.
- 기기를 임의로 초기화하거나 파일을 삭제·이동하지 않고 확보 당시 상태로 제출합니다.
- 제출 후 받은 서류와 압수 관련 안내를 보관합니다.
함께 보는 조문: 압수 방식·참여권·증거능력
범죄 자체의 근거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이며, 이 조문은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과 그 촬영물의 반포 등을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압수 절차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이 정보저장매체의 경우 원칙적으로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방법으로 압수하고,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매체 자체를 압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정보주체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알리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는 수사기관의 압수에 법원의 압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참여권에 관한 제121조와 압수목록 교부에 관한 제129조가 수사 단계에도 적용됩니다.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앞서 본 제308조의2가 기준이 됩니다. 수사기관 업무에 관한 안내는 대검찰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문들 사이의 역할을 정리하면, 제218조는 영장 없는 압수의 근거를, 제106조 제3항은 정보저장매체에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가져갈지를, 제121조와 제129조는 그 과정에서 피압수자 측에 보장되는 절차를, 제308조의2는 절차 위반의 결과를 각각 맡고 있습니다. 하나의 사안에서 이 조문들이 차례로 검토되므로, 다툼은 압수 근거·범위·참여 절차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든 생길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판단은 기기 확보 경위와 사용 실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출을 앞두고 있다면 위 정리 사항을 먼저 적어 두고, 제출서의 범위 기재가 자신의 의사와 맞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